소비자의 심리적 거리감
물건을 살 때는 모르는 사람이 도움이 된다
큰맘 먹고 사야 되는 제품들, 차나 컴퓨터 등의 비싼 제품들은 살때 주변에 이것 저것을 물어봅니다. 하지만 정작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친한 사람보다 낯선 사람의 의견을 더 믿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제품을 구매할 때는 평소와 달리 가까운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을 더 믿을까요? 그 이유는 심리적 거리에 따라 상황을 달리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동일한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서 시간적 혹은 사회적으로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 을 서로 다르게 인식하거나 판단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즉 심리적 거리의 멀고 가까움에 따라 그 상황을 해석하는 정도나 수준이 달라집니다. 이러한 심리를 누군가는 ‘해석수준이론’이라 칭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가 ‘그거 괜찮네’ 할때는 가만히 있어봐 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그렇습니다. 가족이 못믿어서는 아닌데, 그리 이야기 합니다. 왜그럴까요?
심리적 거리가 먼 사람에게 좀 더 높은 수준의 해석을 합니다. 반면에 심리적 거리가 가까우면 낮은 수준으로 평가합니다. 여기서의 수준이란 목표지향적인 상위 개념을 말합니다. 낮은 수준은 구체적이고 복잡하며 부차적인 하위 개념을 이야기 합니다. 아내와는 심리적 거리가 가깝습니다. 그래서 아내의 말은 구체적이지만 부차적으로 이해합니다. 이에 비해 모르는 사람의 말은 추상적이지만 목표 지향적입니다. 그래서 더 객관적 정보로 판단합니다. 기업에서 신상품을 알릴때 광고가 아니라 후기를 적극 활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친구 추천은 주관적으로 여기는 반면, 일반인들의 평가는 객관적으로 받아 들입니다.
심리적 거리감은 대상과 관련된 시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오래된 과거나 먼 미래의 일은 심리적 거리감이 더 멉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10년전 일과 일주일 전 일을 말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같은 내용을 이야기 해도 말에 담긴 늬앙스나 의미가 차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래전 일에 대해서는 단순한 상황과 추상적 해석을 합니다. 하지만 당장 어제 일은 구체적이면서도 부차적 해석을 합니다.
사회적 현상에서 심리적 거리감
사회적 차원에서 심리적 거리감은 영향을 줍니다. 권위적인 조직일수록 구성원과 상사 간의 관계에서 심리적 거리감이 멀게 느껴집니다. 권위적인 조직은 친밀감이 떨어지고 목표지향적인 상위 개념으로 받아들입니다. 조직원들은 탁월한 능력이 있지만 심리적 거리감 때문에 위축됩니다. 그래서 의견을 잘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거리감을 제거하기 위해 리더는 아랫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구해야 합니다.
무엇을 기억에 남길 것인가
심리적 거리감은 평소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한 후 우아한 분위기나 서빙보다는 색다른 레시피나 음식 맛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개인이 느끼는 기분같은 감정적 부분은 시간이 지나며 인지적 결과보다 더 빨리 감소됩니다. 정보 중심의 인지적 결과는 목표지향적인 상위개념으로 심리적 거리가 멉니다. 그래서 더 오래가는 반면 감정적 결과는 구체적,부차적 개념이랑 금세 잊혀지게 됩니다.
좋은 사례가 저가항공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입니다. 미국시장조사기관인 JD파워의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저가항공사들이 항공업계 전통 강자들 보다 더 높게 평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맛집 평가에서 고급 레스토랑 대신 패스트 푸드점이 상위권에 오른 것과 비슷하다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 머릿속에는 저렴한 가격이라는 인지적 결과물이 더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는 제품 구매를 결정할때 이성적,합리적 판단보다 감정적 요인에 더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구매 후에는 이성적 가치가 만족감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감정적 요인의 경우 충족되지 않을때 불만족을 야기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충족된 경우에도 더 이상 만족도를 높여주지는 못합니다. 반면에 이성적 가치는 구매 시점에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고, 구매 후 만족감을 높여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친절한 판매사원은 지갑을 열게 하지만, 제품 기능 혹은 덤으로 주는 상품은 지속적인 만족을 주어 재 구매를 유도합니다.
또 한가지 사례로 패스트 푸드점의 빅 사이즈 제품 출시가 있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동일한 제품의까격을 쉽게 인상하기는 어렵지만, 기존 제품에서 용량을 조금 더 키우거나 새로운 첨가물을 가미한다면 가격 인상의 당위성을 쉽게 인지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격을 높이고 싶은 만큼 햄버거의 사이즈는 더 커지고 소비자들이 먹는 양은 자연스럽게 더 늡니다. 이때 소비자들은 제품 사이즈가 커지는 것을 이득으로 인식하지만, 가격이 오르는 것은 손해로 여깁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이득보다는 손실을 더 심각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햄버거가 커졌기 때문에 오는 이익을 먼저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가격이 더 오른것에 무감각 해집니다. 심리적 거리감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 사례중 좋은 예입니다.
시간적 거리감
소비자는 제품 구매후 발생하는 하자나 고장에 대해 세세하게 기억합니다. 반대로 경품, 완벽한 A/S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는 사람들이 이득보다 손실을 싫어하는 손실회피성향 때문입니다. 더 크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손실을 이득보다 심리적으로 더 가깝게 생각하게 됩니다. 잃을땐 자세히 기억하지만 얻을 때는 개괄적으로만 기억합니다. 경품 이벤트에 참여해서 두 달 후 출발할 해외여행 티켓을 받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공짜로 받은 해외여행 옵션이 갑자기 축소 되어 손실로 느끼는 사람은, 옵션이 추가되어 이익이라고 느낀 사람보다 같은 기간을 더 짧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요즘 많은 분야에서 포인트 적립과 제휴 카드 할인 혜택을 진행합니다. 모두 목적이 다릅니다. 구매율에 따라 제공되는 포인트 적립은 장기적인 고객보상차원입니다. 반면 제휴카드 할인 프로그램은 단기적 매출 증대입니다. 일반적으로 고객들은 제휴카드 할인 혜택을 더 선호합니다. 포인트 적립보다 즉각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손실의 감소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 가치를 평가 절하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미래에 들어올 가치는 심리적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상품을 더 잘 구매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과 심리적 거리감을 좁혀주어야 합니다. 시음이나 시승, 직접 만져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구매율은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출처 및 참고: 심리학이 소비자에 대해 가르쳐준 것들 <범상규>
초기 구매는 감정적, 재구매는 이성적
위 글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이 부분이었습니다. 초기 구매는 감정에 의해 많이 발생합니다. 행동경제학이 발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많은 상황과 환경, 감정에 의해 구매를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구매는 이성적 영역에서 작용을 하게 됩니다. 결국 온갖 심리 기술을 통해 상품을 판매 하더라도 재구매율이 낮다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품의 퀄리티나 만족도가 낮다는 것입니다. 그럼 우리는 고객의 기억속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를 연구해야 합니다.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가지고 가기 위해서는 상품의 퀄리티를 올려야 합니다. 하지만 초기 판매를 위해서는 감정을 울려야 합니다. 그리고 최대한 심리적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